코로나19 사태의 이해관계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짜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인가? 8일 오후 4시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7,313명이고 사망자는 50명이다. 여전히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망률은 0.65%로 집계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한 코로나19 사망률 3.4%나 중국의 2~3%보다 훨씬 낮고, 이란의 10%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주간 미국 인플루엔자 감시 보고서 최신호(2020.2.29)를 찾아보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이번 시즌 독감 감염 3,400만, 입원 35만, 사망자 2만 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1월말 통계는 1,500만 명 감염, 14만 명 입원, 8,200명 사망이었다. 한 달 만에 2배 이상 폭증하였다.

최근의 확산 추세로 볼 때 이번 미국 독감이 10년 만에 최악의 독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작금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혼란과 공포의 스릴러극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뚜렷이 비교된다.

한국은 자살률 세계 1위 국가다.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자살자가 37.5명, 연간 자살자 수는 총 13,670명이다. 물론 자살과 감염병 사망은 그 사망의 원인과 성격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여 언론이 경마중계 하듯이 실시간으로 자살 관련 뉴스를 쏟아내면서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를 부추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부패한 정치세력일지라도 쓰레기 언론과 한통속이 되어 자살 문제를 정쟁으로 비화시키면서 사회 혼란을 조성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자가 하루 평균 5.87명, 연간 총 2,142명이다. 2018년 통계를 살펴보면 노동자 수 1907만3438명, 산업재해자 수 10만2305명, 산재사망자 수 2,142명,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 0.54%,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 1.12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최악의 산재국가이다.

산재 사고는 신종 감염병처럼 5~6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터에서는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죽음의 위험은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일으키는 예측 불가의 공포도 아니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어 당혹스러운 사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끔찍한 죽음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컨대 산재 사고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노동자가 숨져도, 대부분 집행유예 또는 약간의 벌금형에 그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산재 사고가 반복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설령 산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적당히 때우면 그만이라는 안전 불감증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기업주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을 엄하게 한다면, 특히 산재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에 기업의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묻게 된다면 산재 사망 사고는 줄어들 게 틀림없다.

유럽연합(EU)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사망만인율은 2015년 기준 0.51명으로 핀란드 다음으로 낮았다. 2007년에 제정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영향을 미쳤다. 이 법은 산업현장에서 심각한 관리상 실책이나 부주의 등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심각한 위반 시 상한선 없는 벌금 부과가 가능하며 유죄가 인정되면 관련 내용과 벌금 부과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2011년 기업살인법을 적용한 첫 유죄 판결이 나왔고, 기업 안전의무 강화와 함께 산재 예방을 위한 투자와 인력이 늘어나면서 산재 피해가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의 마스크 대란은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비화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래 마스크는 어떤 사람이 써야 할까?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간병인, 가까운 가족처럼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마스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감염자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으니까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마스크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바이러스 감염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너도나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본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마스크를 안 쓰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살벌하게 눈치를 주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쓴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은 건강하기 때문에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어서 안 쓴 것뿐인데도 흡사 ‘바이러스 전파자’인 양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분위기다. 혹시 사래가 들려서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순식간에 살벌한 시선들이 꽂히는 형국이다. 낙인과 배제의 살벌한 시선이 난무하는 살풍경이다.

그래서 한적한 인도를 혼자 걷는 사람도 마스크를 쓰고 있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벤치에 혼자 앉아 있을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심지어 혼자 자가 운전하는 운전자도 마스크를 쓰고 운행하고 있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통하여 감염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나를 감염시킬 사람도 없고 내가 감염시킬 사람도 없이 나 혼자 있을 때조차 왜 마스크를 써야 한단 말인가? 상식과 이성으로 판단하면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마스크 오남용이다.

오남용은 부작용을 낳는다. 마스크 수급 대란이다. 마스크 몇 개 구하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배급을 국가가 책임지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 못하냐?’라고 하면서 정권을 질타하기도 한다. 최대한 시장에 맡기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외치던 신자유주의자들이 뜬금없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자가당착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품절 사태는 시장만능주의의 파산이다. 시장만능주의는 정부는 경제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이 온전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품에 대한 가수요가 급증하면 상품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을 빚는 것은 시장경제의 법칙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으로 내몰리자 갑자기 돌변하여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라고 거칠게 성토하는 꼴이라니….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재난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계기로 조장·유포된 불안과 공포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과도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일상의 삶이 대혼란에 빠져서 거리에 사람이 없고 일터에 일거리가 없고 가게마다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할 확률보다 일상의 삶이 파괴되어 죽어갈 가능성이 더 높겠다’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빠르지만 감염 증세가 경미하고 국내 치사율이 0.65%에 불과하다. (2015년 메르스는 총 186명 감염, 38명 사망. 치사율 20.4%)

무릇 어떤 사회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람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에는 어떤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곧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계기로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키는 것이 어느 누구(집단)에게 이익이 되고 또 어느 누구(집단)에게 손해로 될까? 이제 차분하고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이다. (2020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