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논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론이 제기됐고,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로 하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7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11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직종을 집중 지원하는 ‘맞춤형’이라고 하지만, 형평성 시비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논란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양해를 구했지만 지지층에서조차도 불만이 여전하다.

4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란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논란은 본질이 왜곡된 허수아비 논란이다. 왜냐하면 2차 재난지원금은 ‘재난지원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이 아닌데, 보편이냐 선별이냐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허구의 논란이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선별이야 보편이냐의 복지 논쟁은 10년 전 학교급식 논란 때 이미 보편 복지로 결말이 난 사안이다. 그래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보편 지급을 하였던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지급대상을 놓고 70%냐 100%냐 약간의 논란이 있었으나 곧 정리되었고, 결과에서도 경제적 효과가 검증되고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차 재난지원금은 ‘이름’부터 잘못되었다. ‘재난지원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이라면,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장기화로 민생이 재난에 처해 있으므로 재난 구제를 위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다. 민생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져 현재 상황은 지난 5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형편이 더 어려워졌으므로 재난지원금이라면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편성돼 지급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1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2차 추경)이 14조원인데 반해, 이번 4차 추경(안)은 7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액수도 액수지만, 무엇보다도 4차 추경(안)을 재난지원금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까닭은 그 내역에 있다. 4차 추경(안)의 내역을 살펴보면, 소상공인·중소기업 피해지원 3조8천억원, 긴급고용안정 패지키 1조4천억원, 이동통신비·아동돌봄비 지원 2조2천억원, 저소득층 생계지원 4천억원 등이다. 이런 지원은 재난 상황이 아니라도 정부가 통상적으로 행하는 ‘맞춤형’ 지원책의 일환이다. 역대 정부가 다 그렇게 해왔고, 올해 상반기에도 정부가 이런 지원책을 추경(1차, 3차)을 통해 시행한 바 있다.

11일 정부가 제출한 4차 추경(안)은 통상적인 경제 지원책의 연장일 뿐이다. 이런 지원은 그 성격상 선별적(‘맞춤형’)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논란에 지나지 않다. 4차 추경(안)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이 아니다. 그러므로 2차 재난지원금은 없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보다도 훨씬 더 가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이번에는 선별 지원이냐는 비판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답을 못한다. 총선 때는 보편이고 총선이 끝나자 선별로 바뀌었느냐고 따져도, 유구무언이다. 정부의 정책이라면 사사건건 시비 걸기에 바쁜 국민의힘은 아예 입도 뻥긋 안 한다. 정치에 대한 비난과 불신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고, 정부와 여당은 일차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재난지원금도 아닌 걸 재난지원금이라고 해놓으니, 갑론을박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었다.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이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쟁은 현금성 지원을 100% 할 거냐, 아니면 일정한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1차 재난지원금을 애초 정부안대로 70%에게만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재난지원금이다. 하지만 이번에 4차 추경으로 지원하는 것은 재난지원금이 아니다.

‘정명’이라고 했다.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을 우선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름부터 바로잡겠다(正名)”고 하였다.(논어 13편-자로편 3장) 그 이름(名)에 부합한 실제(實)가 있어야 그 이름이 성립한다는 의미다. 2차 재난지원금 논란을 거치면서 정부와 여당은 예산을 쓰면서도 비난만 자초하고 말았다. ‘재난지원금’이랍시고 생색을 내려다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자충수를 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2차 재난지원금 액수, 지원 대상, 지급 방식에 얼마든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등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4차 추경은 전액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재난지원금이 무슨 말인지 알고나 쓰는지 의문이지만, 그건 논외로 치자. 따지고자 하는 논점은, 왜 전액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느냐는 것이다. 심각한 민생 위기에 비춰보면 현재도 재난지원금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향후 재난지원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언제까지 빚만 끌어다 써야 할까.

지난 8월 6일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등이 ‘불로소득세법’(Make Billionaires Pay Act)을 발의했다. 10억달러 이상 순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들한테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 18일부터 내년 1월 1일 사이 늘어난 재산에 60%의 세금을 거둬 보건의료 비용으로 쓰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슈퍼 부자들의 재산은 크게 늘었다. 샌더스 의원이 미국 정책연구소(IPS) 자료로 집계한 미국 10억달러 이상 부자들의 3월 18일부터 8월 5일까지 재산 증가 현황을 보면, 이들의 재산은 총 2조4178억달러(2860조원)에서 3조1496억달러(3726조원)로 무려 7318억달러(865조원)나 증가했다.

샌더스의 법안대로 세금을 거둔다면 8월 5일 기준 총 4390억달러(520조원)의 재원이 생긴다. 샌더스는 이 돈으로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1년치 보험료를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샌더스의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은 영에 가깝다. 하지만 설령 입법이 된다고 해도, 10억달러 미만의 부자는 한 푼의 세금도 더 내지 않으며 10억달러 이상의 부자라도 재산이 늘지 않으면 면세다. 또한 재산이 늘어난 슈퍼 부자들은 일회성 세금을 내고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보다 40% 더 부유해진다.

하물며 신자유주의의 왕국 미국에서조차 코로나19에 따른 불로소득에 대한 증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상 어려움을 핑계대면서 재난지원금에 난색을 표하고, 게다가 예산은 전액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까지 완전 장악한 ‘삼세번 째’ 민주 정부의 현주소다. (2020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