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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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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과 가장 끔찍한 악몽(11/9)
작성자 연구소
작성일자 2020-11-09
조회수 1364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과 가장 끔찍한 악몽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으로 세 가지를 든다. 재벌 걱정, 연예인 걱정, 건물주 걱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자 상속세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희 주식재산만 18, 상속세 10조 어떻게 마련하나라고 하면서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해댄다. ‘모모한 나라에는 상속세가 없다.’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속세를 걱정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삼성 같은 기업들이 상속세를 더 오랜 기간 걸쳐서 분할 납부 할 수 있게 해주세요.’‘상속세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기업이 외국계 자본한테 넘어가게 생겼습니다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대한민국 최고 갑부 이재용 일가가 불우이웃인가.

 

올해 초 코미디언 박 모 씨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블랙리스트에 올라 한동안 방송 출연이 어려워진 방송인 김 모 씨는 어떻게 사느냐고 걱정들이 많으신데, 걱정하지 마시라. 나는 잘 산다.”라고 웃으며 대답하곤 했다. 지난해 연예인들의 고액 강연료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김 씨가 한 자치단체의 행사에서 1,55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강연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에서 그의 몸값은 그보다 높고 강사 섭외료를 12,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김 씨의 강연료가 비싸다는 비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부동산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황당한 신화가 지배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건물주라고 한다. 그래서 연예계 스타들에 관한 뉴스에서도 부동산 매입 관련 기사가 단골로 등장한다. 가수는 노래로, 연기자는 연기로 화제가 되어야 하건만, 대한민국 연예계에서는 부동산 큰 손이 스타를 상징하는 수식어의 하나다. 하지만 조중동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는 옛말이라면서 건물주 걱정에 앞장선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 보호가 강화돼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나. 걱정도 팔자다. 건물주 변호가 눈물겹다.

 

재벌 걱정, 연예인 걱정, 건물주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이런 쓸데없는 걱정보다 훨씬 더 쓸데없는, 내가 보기엔 단연 최고로 쓸데없는 걱정이 있다. 미국 걱정이다. 작금에 우리나라 언론들은 미국 대선 개표 방송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고 전문가를 불러 대담과 해설을 보도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투표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나도록 개표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혼란이 벌어지는 사태를 보도하면서, 우리 언론들은 미국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 걱정에는 여야 정치권이 따로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오로지 미국 걱정이다.

 

무엇보다 먼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언론의 미국 대선 보도와 우리 정치계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아니, 미연방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왜 우리나라 방송들이 미국의 개표 방송을 실시간 속보로 앞다퉈 중계하고 저 난리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본의 선거에 대해서나 프랑스나 독일의 선거에 대해선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번 미국 대선처럼 보도하지 않는다. 미국 대선에 대한 우리 언론계와 정치계의 반응을 보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인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른바 대한민국 주류(여론 주도층, 오피니언 리더)의 관심사와 사상 정신 상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마치차기 우리 회사 사장은 누가 되는가?’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어디에 줄을 서야 유리하나? 계산기 두드리기 바쁜 지지리 궁상들의 행색이라고 할까.

 

우리 언론계와 정치계의 반응에서 놀라운 공통점은 하나같이 미국을 걱정하는 그들의 태도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지만, 미국보다 훨씬 가난하고 기술이 뒤떨어진 국가들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개표 결과가 집계된다. 하지만 미국의 선거제도는 복잡한 건 둘째 치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낳을 만한 결함투성이다. 개표가 지연되고 결국 법원에서 승패가 결정된 지난 2000년 대선 이후 네 차례나 대선을 치르면서도 미국의 선거제도는 여전히 중대한 시스템 결함과 불신을 부추기는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벌어진 혼란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선거 전에 우편투표를 문제 삼으며 대규모 소송전을 예고하고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1월 민주당 첫 경선지 아이오와 코커스의 개표가 혼란을 빚은 데 이어, 이후에도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 개표에 몇 주 이상 걸리는 일이 속출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투표일 1주일이 넘도록 개표율이 75%에 머물러 버니 샌더스 후보가 선거 당일 밤 승리를 선언할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선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샌더스의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도 혼란이 난무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이 많은 뉴욕시에서 20만 명의 유권자가 명부에서 부정 삭제돼 투표를 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결함 많고 후진적인 미국의 선거제도 때문에 이미 혼란 사태는 예견됐던 것이고 실제 사태가 그렇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계와 정치계는 미국의 뒤떨어진 선거제도에 대해서 무슨 신성불가침이라도 되는 양 비판은커녕 입도 뻥긋 안 한다.‘미국이 이 정도일 줄이야!’라고 내심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저 혼란 사태가 번져서 사회불안이 커지고 뭐라도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 근심 걱정을 하고 앉아있다. 만일 일본 선거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도 똑같이 걱정하는 태도를 보였을까. 대한민국 여론 주도층의 미국에 대한 숭미 사대주의 태도가 충격적이다. 멸망해가는 명나라를 지켜보면서 명나라 백성들보다 더 명나라를 걱정했다던 17세기 조선의 위정자들을 보는 듯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26천여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1,200배가 넘는다. 미국 인구는 한국의 6.4). 이달 4일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은 뒤 나흘 연속 최다 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도 24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이 최근에 치른 ‘5대 전쟁에서 발생한 전사자를 전부 합친 수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5대 전쟁 참전 중 사망한 미국인은 베트남전 47,434, 한국전쟁 33,739, 이라크전 3,0519, 아프가니스탄전 1,909, 걸프전 148명이다.

 

코로나19는 미국에게 초강력 폭풍이다. 폭풍이 몰아치면 모든 것이 날아가고 감추어졌던 속살이 드러나듯 코로나19는 미국의 가면을 가차 없이 벗겨냈다. 코로나19가 중증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미국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고, 세계적 패권 국가(팍스아메리카나)를 자처하던 제국은 최대 피해국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아메리칸 드림의 나라가 아니라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악몽)’의 나라로 전락했다.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이 안 돼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키지 못하고 속수무책인 나라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현재와 같은 악몽의 상황이 바뀔 수 있을지 미심쩍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지금과 다를 게 없을 테고,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과연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바이든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는 건 지면 관계상 다음 기회로 넘긴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미국 걱정일랑 때려치우라. 우리 언론과 여야 정계가 주제넘게 미국 걱정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라 쓸개 빠진걱정이다. 정작 우리에게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인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는 미국, 선거와 권력 이양의 과정에서 대혼란의 난맥상을 드러낸 미국에게 우리의 군사주권을 이양해 위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몽을 연출하고 있는 미국에게 군사주권을 넘겨주고 국가안보를 의탁하고 있다니!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또 있을까. (20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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